
침몰 직전의 배에는 새 선장이 필요하다. 유비소프트가 어쌔신크리드 프랜차이즈의 리더십을 전면 교체하며 3인 체제를 공식 발표했다. 브랜드, 콘텐츠, 프로덕션을 각각 담당하는 세 명의 베테랑이다. 주가는 하락하고 신작 평가는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 인사가 진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가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배경: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유비소프트는 지금 폭풍 속에 있다. 주가 하락, 직원 감축, 연이은 게임 평가 하락이 겹쳤고, 가장 최근에 출시된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즈마저 평가가 엇갈리며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어쌔신크리드는 유비소프트의 가장 핵심 IP인 만큼, 이 시리즈가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흔들린다는 건 누구나 아는 공식이다. 비유하면 코카콜라가 콜라를 못 파는 상황과 같다. 그 위기감이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
유비소프트는 전사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5개의 크리에이티브 하우스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 중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전담 스튜디오로 밴티지 스튜디오가 지정됐다. 개별 스튜디오가 각자 따로 움직이던 방식 대신, 하나의 전담 조직이 브랜드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이 구조 변화의 정점에 이번 3인 리더십 발표가 있다.
핵심 논점 1: 세 명은 누구인가 — 검증된 내부 인력의 기용
유비소프트가 선택한 방식은 외부 수혈이 아니었다. 셋 다 어쌔신크리드 시리즈를 안에서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이건 의미 있는 선택이다. 위기 때 외부인을 데려오면 적응 기간이 생기고, 조직 문화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이미 "이 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이 선장 자리를 맡는 건 리스크를 줄이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마틴 셸링은 브랜드 총괄로 프랜차이즈 전체의 전략과 장기 비전, 개발 방향을 책임진다. 레벨레이션, 블랙 플래그, 오리진, 발할라를 거친 이력을 보면 시리즈의 다양한 방향성을 직접 경험한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쌔신크리드가 암살극에서 오픈월드 RPG로 변모해온 흐름을 모두 현장에서 겪은 셈이다.
NOTE.
브랜드 총괄(Brand Director): 게임 하나의 개발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이미지와 방향성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마케팅, 팬덤 관리, 장기 IP 전략 등을 포괄한다.
핵심 논점 2: 장 게스동 — 시리즈의 '기억'을 가진 사람
장 게스동이 콘텐츠 총괄을 맡는다는 건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는 어쌔신크리드 2부터 시리즈에 참여해왔다. 어쌔신크리드 2는 이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게임을 넘어 역사와 내러티브를 무기로 삼기 시작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는 블랙 플래그와 오리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두 작품 모두 시리즈 내에서 "방향을 바꾼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랙 플래그는 해적이라는 설정으로 어쌔신크리드에서 가장 이질적인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오리진은 RPG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작품이다. 이 두 작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이제 시리즈 전체의 창의적 방향과 정체성 유지를 책임진다. 어쌔신크리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그 판단을 맡긴 것이다.
NOT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 게임의 예술적·창작적 비전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세계관, 캐릭터, 게임플레이 방향, 분위기 등이 모두 이 사람의 판단 아래 결정된다.
핵심 논점 3: 프랑수아 드 빌리 —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
세 번째 인물인 프랑수아 드 빌리는 프로덕션 엑설런스 총괄이다. 제목이 조금 낯설다. 하지만 역할 자체는 명확하다. 오리진과 발할라의 프로덕션 디렉터를 맡았던 그가 이번에는 개발 방식 전체를 강화하고 개발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시 말해 게임을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를 다룬다.
유비소프트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온 문제 중 하나는 개발 프로세스의 비효율과 품질 관리다. 거대한 오픈월드 게임을 여러 스튜디오가 나눠 만드는 방식은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지만, 일관성과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마치 여러 주방장이 각자의 레시피로 요리를 나눠 만들었을 때 완성된 코스 요리가 따로 노는 것과 같다. 드 빌리의 역할은 그 주방 전체의 레시피와 타이밍을 통일하는 것이다.
NOTE.
프로덕션 디렉터(Production Director): 게임의 개발 일정, 예산, 인력 배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무엇을 만들지"를 결정한다면, 프로덕션 디렉터는 "어떻게 일정 안에 만들지"를 책임진다.
3인 체제 한눈에 보기
| 역할 | 이름 | 담당 | 주요 경력 |
|---|---|---|---|
| 브랜드 총괄 | 마틴 셸링 | 전략·장기 비전·개발 방향 | 레벨레이션, 블랙 플래그, 오리진, 발할라 |
| 콘텐츠 총괄 | 장 게스동 | 창의적 방향·시리즈 정체성 | AC2~, 블랙 플래그·오리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 프로덕션 엑설런스 총괄 | 프랑수아 드 빌리 | 제작 방식 강화·개발팀 지원 | 오리진·발할라 프로덕션 디렉터 |
세 역할이 각각 "무엇을 향해 갈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떻게 만들지"를 분담한다. 이론적으로는 깔끔한 분업이다.
이번 개편이 가진 진짜 질문들
인사 발표만 보면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물음표는 남는다.
첫째, 이 세 명이 각각 어떤 권한을 갖는지가 불명확하다. 브랜드 총괄과 콘텐츠 총괄이 의견이 충돌할 때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가. 위원회 구조는 책임 소재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하나의 배에 세 명의 선장이 있으면 방향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둘째, 밴티지 스튜디오가 실제로 얼마나 자율성을 갖는지가 관건이다. 유비소프트의 역대 조직 개편을 보면 선언은 크고 실행은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는 패턴이 반복됐다는 평가가 있다. 구조를 바꾸는 것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다른 일이다.
셋째, 어쌔신크리드 섀도우즈 이후의 다음 작품이 무엇인지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리더십이 바뀌었더라도, 결국 평가는 다음 게임으로 판가름 난다.
NOTE.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게임 업계에서 IP는 캐릭터, 세계관, 브랜드 등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작 자산을 의미한다. 어쌔신크리드는 유비소프트의 핵심 IP 중 하나다.
기대 요인 vs 우려 요인
| 기대 요인 | 우려 요인 |
|---|---|
| 세 명 모두 시리즈 내부 출신, 빠른 적응 가능 | 위원회 구조로 의사결정 지연 가능성 |
| 블랙 플래그·오리진 등 성공작 경험 보유 | 조직 문화 변화 없이 구조만 바뀔 위험 |
| 밴티지 스튜디오 전담 체제로 집중력 강화 | 섀도우즈 이후 다음 타이틀 방향 미공개 |
| 프로덕션 개선으로 개발 효율 상승 기대 | 유비소프트 재정 상황이 개발 리소스에 영향 |
마무리
유비소프트의 이번 인사는 분명히 의미 있는 신호다. 외부 인사를 데려오는 대신, 어쌔신크리드를 직접 만들어온 사람들에게 시리즈의 미래를 맡겼다. 그 선택 자체는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 교체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어쌔신크리드가 다시 팬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발표가 아니라 다음 게임이 답해야 한다. 밴티지 스튜디오와 세 명의 리더가 만들어낼 첫 번째 작품이 무엇인지, 그게 진짜 이 개편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참고: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13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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