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슈퍼자이언트 게임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렉 카사빈이 팀에게 "하데스"라는 이름을 처음 꺼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하데스 시리즈는 두 편의 게임을 완성하고 업계 최고 권위의 시상대에 올랐다. 하데스 2(Hades II)가 2026년 D.I.C.E. 어워즈에서 올해의 액션 게임을 수상했다. 비유하면, 한 우물을 10년간 판 팀이 드디어 지하수맥을 찾아낸 순간이다.
D.I.C.E.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D.I.C.E. 어워즈는 미국 인터랙티브 예술과학 아카데미(AIAS)가 주최하는 게임 업계 시상식이다. 할리우드의 아카데미상이 동료 영화인들이 뽑는 상이듯, D.I.C.E.도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투표하는 상이라 업계에서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하데스 2는 수많은 AAA 타이틀을 제치고 액션 게임 부문 정상에 올랐다.
NOTE.
D.I.C.E. 어워즈(D.I.C.E. Awards): 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의 약자. 1998년부터 이어진 게임 업계 시상식으로, 업계 종사자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 "개발자가 뽑는 최고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게임 어워즈(TGA)와 함께 게임 업계 양대 시상식으로 꼽힌다.
시상식 직후 스튜디오 디렉터 아미르 라오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렉 카사빈이 인터뷰에 응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은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10년간 하나의 세계관을 파온 팀의 솔직한 심경이었다.
슈퍼자이언트의 개발 철학
1. 매번 "다음"을 고민한다
슈퍼자이언트는 전작이 끝나면 곧바로 후속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아미르 라오의 표현을 빌리면,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다음 프로젝트를 정한다. 하데스 1편이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속편을 만들겠다는 결정 자체가 이 팀에게는 "전혀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전까지 배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 하데스까지 네 작품 모두 다른 장르였기 때문이다.
| 작품 | 출시 | 장르 |
|---|---|---|
| 배스천 | 2011 | 액션 RPG |
| 트랜지스터 | 2014 | 턴제 전략 액션 |
| 파이어 | 2017 | 파티 기반 RPG |
| 하데스 | 2020 | 로그라이크 액션 |
| 하데스 2 | 2024 EA / 2025 정식 | 로그라이크 액션 |
같은 시리즈의 속편을 만든 것은 슈퍼자이언트 역사상 처음이다.
2. 번아웃을 인정한다
아미르 라오는 D.I.C.E. 강연에서 "창작적 리셋"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데스 시리즈 누적 개발 기간은 약 10년이다. 1편에 4년, 2편에 4년 반. 슈퍼자이언트 역사상 가장 긴 프로젝트였다. 그는 모든 프로젝트가 "창작적으로 흥미롭고 도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번아웃을 방지하기 위한 팀의 원칙이기도 하다.
NOTE.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정식 출시 전에 미완성 상태의 게임을 유료로 판매하며 플레이어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하데스 1편이 이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2편도 동일한 방식을 채택했다.
3. 성공은 통제할 수 없다
그렉 카사빈은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게임의 영향력은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인생의 어떤 시점에 그 게임을 만나는지,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지가 중요한데 그건 개발자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유하면, 최고의 요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손님이 배고플 때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다음 작품은?
아미르 라오는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진심으로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미지의 가능성이 "설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렉 카사빈은 여섯, 일곱 살 때 읽었던 그리스 신화책이 아직도 책상 위에 있다며, "비디오 게임이 첫 번째 사랑이라면, 그리스 신화는 평생 함께해 온 동반자"라고 표현했다. 하데스 시리즈가 끝인지, 아니면 세 번째 장이 열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NOTE.
슈퍼자이언트 게임즈(Supergiant Games): 2009년 설립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인디 게임 스튜디오다. 20명 남짓의 소규모 팀으로 배스천, 트랜지스터, 파이어, 하데스 시리즈를 개발했으며, 출시한 모든 작품이 비평적·상업적으로 성공한 드문 이력을 가지고 있다.
마무리
하데스 2의 D.I.C.E. 수상은 단순한 트로피 하나의 의미가 아니다. 10년간 하나의 신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온 팀의 끈기에 대한 인정이다. "다음 게임은 모른다"는 개발자의 답변이, 역설적으로 이 팀이 왜 매번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참고: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1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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