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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에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 규모 7,332억 달러(약 1,061조 원)에 달하는 게임 산업에는 왜 전용 법이 없을까? 이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콘텐츠전략산업법 논의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국회가 게임 산업만을 위한 독자적 법 체계를 만들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치 모든 운동선수에게 같은 운동복을 입히던 데서, 종목별 전용 장비를 만들어주자는 전환과 같다.
기존 법이 안 맞는 이유
현재 게임 산업을 품을 수 있는 법으로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있다. 하지만 이 법은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같은 장치·설비 산업 중심으로 설계됐다. 토지, 수도, 전기 같은 물리적 자원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강한 수출통제 조항과 M&A 시 국가정보원 신고·승인 의무까지 포함한다.
[!note]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세제 혜택, 인력 양성, 공급망 안정 등을 지원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설계라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조영기 회장은 "법 체계 안에 게임을 담으려다 보니 제약 조건이 많고 결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유하면, 수영 선수에게 육상 트랙용 스파이크를 신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같은 운동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필요한 장비는 완전히 다르다.
| 비교 | 국가첨단전략산업법 | 콘텐츠전략산업법 (제안) |
|---|---|---|
| 대상 |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 게임, 콘텐츠 산업 |
| 핵심 지원 | 토지, 설비, 물리적 자원 | 세제 혜택, 펀드, 인력 |
| 수출통제 | 강함 | 불필요 |
| M&A 규제 | 국정원 신고 필수 | 불필요 |
법안이 담으려는 것
콘텐츠전략산업법에 담겨야 할 내용으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핵심 항목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제작비 세액공제다. 게임 개발에 투입된 비용의 일부를 세금에서 감면해주는 것으로, 영화·방송 산업에는 이미 존재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영화 산업은 제작비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지만, 게임은 동일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유하면, 같은 콘텐츠 산업인데 한쪽에만 할인 쿠폰을 주는 셈이다.
둘째, 모태펀드 개선이다. 게임은 고위험·고수익 산업인데, 현행 펀드 구조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AAA급 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수백억 원이 필요한데, 현재 모태펀드의 규모와 구조로는 이 수준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note] 모태펀드: 정부가 출자해 만든 기금으로, 벤처·중소기업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다. 게임 업계에서는 모태펀드를 통한 개발 자금 확보가 중요한데, 현재 정부-민간 매칭 비율이 5:5 또는 6:4로 민간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셋째, 규제 완화다. 주 52시간제와 유연근무제를 게임 산업의 창의적 노동 특성에 맞게 조정하자는 제안이다. 게임 개발은 출시 직전 집중 작업이 필요한 구조적 특성이 있어, 탄력적 근무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노동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넷째, 정부 매칭 비율 확대로, 현행 5:5에서 8:2 수준으로 정부 부담을 늘려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비유하면, 정부가 씨앗돈을 더 많이 내서 민간 투자자가 뛰어들 수 있는 물꼬를 트자는 구조다.
| 항목 | 현행 | 제안 |
|---|---|---|
| 세액공제 | 게임 미적용 | 영화·방송 수준 적용 |
| 모태펀드 매칭 | 5:5 (정부:민간) | 8:2 수준으로 확대 |
| 근무 제도 | 주 52시간 일률 적용 | 탄력적 유연근무 허용 |
| 펀드 규모 | AAA 개발비 미달 | 대규모 투자 유도 구조 |
찬반의 시선
콘텐츠전략산업법에 대한 시선은 나뉜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한국 게임 산업이 모바일·동남아 중심에서 AAA급 콘솔 게임으로 체질을 전환하려면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특혜가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유하면, 국내 영화 산업이 충무로 저예산에서 봉준호·박찬욱의 글로벌 흥행작으로 도약할 때 세제 혜택과 펀드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게임 산업도 같은 전환점에 서 있다는 것이 찬성 측의 논리다.
| 찬성 | 우려 |
|---|---|
| 글로벌 시장 1,061조 원 규모에 걸맞은 지원 필요 | 특정 산업 특혜로 인한 시장 왜곡 |
| 모바일 → AAA 체질 전환에 대규모 투자 유도 | 규제 완화가 노동 환경 악화로 이어질 위험 |
| 영화·방송에는 세제 혜택이 있는데 게임에는 없음 | 법 제정 후 실효성 담보 불확실 |
[!note] AAA급 콘솔 게임: 수백억~수천억 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PC·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하는 대형 게임이다. 한국 게임사들은 전통적으로 모바일·온라인 게임에 강했으나, 최근 넥슨·크래프톤 등이 AAA급 글로벌 타이틀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실적 장벽
하지만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게임특별위원장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기관에서 전문가 그룹 가동이나 구체적 입법 연구 용역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이한범 운영위원장은 기존 첨단산업법에 게임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을 "뜯어말리려고 한다"고 표현하며, 독자 법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유하면, 설계도는 그럴듯하지만 아직 착공조차 시작되지 않은 건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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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콘텐츠전략산업법 논의는 한국 게임 산업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묻는 과정이다. 반도체에 전용 법이 있듯이 게임에도 맞춤형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그것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회의 입법, 정부의 밑그림, 업계의 콘텐츠 창출이라는 삼각 공조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고: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13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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