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개발 리드가 "우리는 도중에 무언가를 잃었다(lost something along the way)"고 인정했다. 미식+(Mythic+) 시스템에 최적화된 던전을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과거 WoW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미로 같은 던전의 탐험 재미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라비린스(Labyrinths)라는 새로운 던전 유형을 제시했다. 마치 고속도로만 뚫다 보니 산책로의 매력을 잊어버렸다는 고백과 같다.

미식+가 바꿔놓은 던전의 풍경
미식+ 시스템은 WoW의 던전 플레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제한 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하면 보상이 올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던전 설계 자체가 "최대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일직선 코스"로 변해갔다. 탐험할 여유도, 숨겨진 방을 찾을 이유도 없다. 타이머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옆길로 빠지는 것은 시간 낭비이자 팀원의 분노를 사는 행위다.
[!note] 미식+(Mythic+): WoW의 엔드게임 던전 시스템으로, 난이도 단계를 올려가며 제한 시간 안에 던전을 클리어하는 경쟁형 콘텐츠다. 2016년 군단 확장팩에서 도입된 이후 WoW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비유하면, 놀이공원의 모든 놀이기구가 타임어택 모드로만 운영되는 상황이다. 줄 서서 천천히 즐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빨리 다음 놀이기구로 이동하느냐가 핵심이 된 것이다.
"20보스 미로"의 시절
WoW 초기(클래식~불타는 성전)의 던전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블랙록 깊이(Blackrock Depths)같은 던전은 보스가 20명 이상이었고, 던전 하나를 완전히 클리어하는 데 3~4시간이 걸렸다. 미로처럼 얽힌 통로, 숨겨진 방, NPC와의 대화, 퀘스트 연계까지 — 던전 하나가 작은 오픈월드였다.
| 비교 | 클래식 던전 | 현대 미식+ 던전 |
|---|---|---|
| 보스 수 | 10~20+ | 3~5 |
| 클리어 시간 | 2~4시간 | 20~40분 |
| 구조 | 미로형, 다분기 | 일직선, 최적 동선 |
| 핵심 재미 | 탐험, 발견 | 속도, 효율 |
[!note] 블랙록 깊이(Blackrock Depths): WoW 클래식의 전설적인 던전으로, 보스가 20명이 넘고 맵이 도시 수준으로 넓다. 지금도 WoW 역사상 가장 복잡한 던전으로 꼽히며, "던전이 아니라 작은 세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진은 미식+ 도입 이후 던전이 점점 작아지고 단순해진 것이 의도적인 결과였음을 인정했다. 타이머 기반 시스템에서는 복잡한 미로가 스트레스로만 작용하기 때문이다.
라비린스란 무엇인가
라비린스는 WoW의 확장팩 미드나이트(Midnight)에서 도입될 새로운 던전 유형이다. 핵심은 미식+ 타이머 없이, 클래식 시절의 거대하고 복잡한 던전 경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탐험 중심, 다분기 구조, 숨겨진 보상이 핵심 키워드다. 개발진은 라비린스가 미식+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별도의 콘텐츠 트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유하면, 고속도로(미식+)와 국립공원 트레일(라비린스)을 모두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빠르게 달리고 싶은 플레이어에게는 기존 미식+를 유지하고, 천천히 탐험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는 라비린스를 열어주는 구조다.
| 항목 | 미식+ | 라비린스 |
|---|---|---|
| 타이머 | 있음 (핵심) | 없음 |
| 구조 | 일직선 | 미로형, 다분기 |
| 보상 | 단계별 장비 | 탐험 보상 (미정) |
| 목표 | 시간 안에 클리어 | 전체 탐험 |
[!note] 미드나이트(Midnight): WoW의 차기 확장팩으로, 2024년 블리즈컨에서 발표됐다. 엘프의 고향 퀠탈라스를 배경으로 하며, WoW의 "월드소울 사가"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다.
MMO 던전 디자인의 딜레마
WoW의 사례는 MMO 전체가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효율을 추구하면 탐험이 죽고, 탐험을 살리면 효율 플레이어가 이탈한다. 비유하면, 뷔페 식당에서 동선을 최적화하면 음식은 빨리 가져올 수 있지만, 구석에 숨겨둔 특별 메뉴를 발견하는 재미는 사라지는 것과 같다. 파이널 판타지 14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던전이 지나치게 일직선이라 "테마파크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 덕분에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note] 엔드게임(Endgame): MMO에서 최고 레벨 도달 후 즐기는 콘텐츠를 말한다. 레이드, 던전, PvP 등이 포함되며, MMO의 장기 유지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미식+는 WoW 엔드게임의 양대 축 중 하나다.

마무리
WoW 개발진이 "길을 잃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식+라는 성공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던전의 원래 매력인 탐험을 희생했다는 자기 비판은 게임 디자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솔직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비린스가 실제로 클래식 던전의 향수를 현대적으로 살려낼 수 있을지는 미드나이트 출시 후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https://www.pcgamer.com/games/world-of-warcraft/wow-lead-says-they-lost-something-along-the-way-by-building-dungeons-for-sweaty-mythic-timers-instead-of-20-boss-mazes-like-the-good-old-days-but-labyrinths-could-be-the-s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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