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16일, EU 집행위원회가 틱톡에 대해 디지털 서비스법(DSA) 위반 판정을 내렸다. 이유는 "무한 스크롤과 자동 재생 기능이 사용자를 중독 상태로 유도하는 설계"라는 것이다. 이 판정 자체도 큰 뉴스지만, 게임 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EU가 이미 비디오 게임의 중독성 설계를 다음 규제 대상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무한 스크롤이 왜 '불법'인가
EU의 논리는 명확하다. 틱톡의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그만 보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이다. 비유하면, 뷔페에서 접시를 치우지 않고 계속 새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과 같다. 배가 불러도 눈앞에 음식이 계속 나오면 멈추기 어렵다.
EU 집행위는 이 메커니즘을 심리학의 스키너 상자(Skinner Box) 실험에 비유했다. 불확실한 보상(다음에 어떤 영상이 나올지 모르는 기대감)이 사용자의 뇌를 "자동조종"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판단력이 부족해 행동 중독에 취약하며, 틱톡의 스크린 타임 제한 도구는 실질적으로 무용지물이라고 평가했다.
> [!note] > 스키너 상자(Skinner Box): 심리학자 B.F. 스키너가 고안한 실험 장치로, 동물이 레버를 누르면 불규칙하게 보상(먹이)이 나오는 구조다. 보상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태가 가장 강력한 반복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게임이 왜 긴장해야 하는가
1. EU가 게임을 공식 규제 검토 대상에 올렸다
유럽 의회는 2025년 말, '중독성 설계' 규제 검토 대상에 비디오 게임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지목된 요소들이 있다.
| 규제 검토 대상 | 게임 내 적용 사례 |
|---|---|
| 확률형 아이템 | 가챠, 루트박스, 뽑기 |
| 무한 퀘스트 | 일일 퀘스트, 주간 미션 루프 |
| 접속 보상 | 출석 체크, 로그인 보너스 |
| 배틀패스 | 시즌제 유료 진행 보상 체계 |
이 목록을 보면, 현재 서비스 중인 대다수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 해당된다. 원신의 일일 의뢰,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이벤트 패스, 포트나이트의 배틀패스, 모바일 게임의 가챠 시스템이 모두 잠재적 규제 대상이다. 비유하면,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합법이던 주행 방식이 갑자기 단속 대상이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2. 과징금 규모가 상당하다
틱톡의 경우 혐의가 확정되면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같은 기준이 게임 기업에 적용된다면, 연 매출 10조 원 규모의 대형 퍼블리셔는 최대 6,000억 원의 과징금 리스크를 안게 된다. 비유하면, 과속 딱지가 벌금 몇만 원이 아니라 연봉의 6%라면 운전 습관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 [!note] > 디지털 서비스법(DSA, Digital Services Act): 2024년 전면 시행된 EU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법이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불법 콘텐츠 관리, 알고리즘 투명성, 미성년자 보호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
3. '디지털 공정성 법'이 준비 중이다
EU는 현재 디지털 공정성 법(Digital Fairness Act)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안은 DSA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게임 내 강박적 보상 시스템 자체를 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의무화, 미성년자 대상 과금 제한, 중독 유발 메커니즘의 설계 기준 마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 [!note] > 라이브 서비스 게임: 출시 후에도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시즌제 이벤트와 인앱 결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 운영 모델이다. 원신, 포트나이트,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이 대표적이다.
틱톡과 게임, 뭐가 같고 뭐가 다른가
| 비교 | 틱톡 | 게임 |
|---|---|---|
| 중독 메커니즘 | 무한 스크롤, 알고리즘 추천 | 가챠, 일일 퀘스트, 접속 보상 |
| 보상 구조 | 다음 영상이 재밌을 수도 | 뽑기에서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
| 미성년자 노출 | 매우 높음 | 높음 (특히 모바일) |
| 수익 모델 | 광고 +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 인앱 결제 + 배틀패스 |
| 자체 제한 도구 | 스크린 타임 제한 (EU 평가: 무용지물) | 과금 한도, 플레이 시간 알림 |
구조적으로 보면, 틱톡의 무한 스크롤과 게임의 가챠는 같은 심리학적 원리를 활용한다. 불확실한 보상이 다음 행동을 유발하고, 그 행동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된다. EU가 틱톡에 적용한 논리가 게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차이도 있다. 틱톡은 무료 서비스에서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이고, 게임은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구조다. EU 입장에서 보면 게임이 오히려 더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서, 규제의 우선순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비유하면, 틱톡이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라면 게임의 가챠는 "지갑까지 여는 도둑"인 셈이다.
한국·일본 게임사에 미치는 영향
이 규제가 현실화되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가챠 기반 수익 모델에 의존하는 아시아 게임사들이다. 원신의 호요버스, 리니지·블소 등을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 블루아카이브의 넥슨 등이 EU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EU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이들 기업은 EU 전용 수익 모델을 별도로 설계하거나, 글로벌 단일 모델을 규제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
이미 벨기에는 2018년에 루트박스를 도박으로 분류하여 금지했고, 네덜란드도 유사한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EA의 FIFA(현 EA FC)가 벨기에에서 선수팩 판매를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EU 전체로 규제가 확대되면 그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 [!note] > 루트박스(Loot Box): 게임 내에서 현금이나 게임 화폐로 구매하는 무작위 보상 상자다. 무엇이 들어있는지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가챠와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마무리
EU의 틱톡 중독 설계 판정은 게임 업계에 분명한 경고 신호다. 당장 내일 가챠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의 방향은 확실해지고 있다. 비유하면, 아직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지만 초안이 국회에 제출된 단계다. 특히 유럽 시장 매출 비중이 큰 게임 기업이라면, 수익 모델의 EU 적합성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공정성 법의 구체적 내용이 나오는 시점이 업계의 다음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 https://inven.co.kr/webzine/news/?news=31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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