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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테크모의 팀닌자가 '인왕 3'를 출시했다. 게임동아는 리뷰에서 "소울라이크라 부르기 뭐하지만,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 애매한 표현이 정확하게 인왕 시리즈의 정체성을 요약한다.

 

인왕은 소울라이크인가? 아니면 소울라이크처럼 보이는 다른 무언가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장르 분류를 넘어서, 소울라이크 장르가 얼마나 세분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사례 연구다.

 

팀닌자 DNA — 닌자 가이덴의 후예

인왕을 이해하려면 먼저 팀닌자의 역사를 봐야 한다. 이 스튜디오는 닌자 가이덴으로 유명한 하드코어 액션 게임 전문 개발사다. 닌자 가이덴은 2004년 출시 당시 "게임을 하다가 컨트롤러를 던지게 만드는 난이도"로 악명 높았다.

닌자 가이덴 드래곤 소드

닌자 가이덴의 전투는 빠르고 정교했다. 프레임 단위로 타이밍을 재야 하고, 콤보를 외워야 하며, 적의 패턴을 완벽히 숙지해야 했다. 이건 격투게임에 가까운 액션이었다.

 

NOTE
팀닌자(Team Ninja): 코에이테크모 산하 개발팀. 1995년 설립되어 데드 오어 얼라이브, 닌자 가이덴, 인왕 시리즈를 개발했다. 하드코어 액션과 높은 난이도로 정평이 나 있다.

 

그리고 2017년, 팀닌자는 인왕 1을 출시했다. 다크소울의 영향을 받은 게 명확했지만, 전투 시스템은 완전히 달랐다. 다크소울의 느리고 신중한 전투 대신, 닌자 가이덴의 빠르고 공격적인 전투를 이식했다. 여기에 스탠스 시스템이라는 독자적 요소를 추가했다.

 


 

스탠스 시스템 — 인왕의 정체성

인왕의 핵심은 스탠스 시스템이다. 상단, 중단, 하단 세 가지 자세를 전투 중 실시간으로 전환하며 싸운다. 각 스탠스마다 속도, 데미지, 리치가 다르고, 적에 따라 효과적인 스탠스가 다르다.

 

이건 다크소울에는 없는 개념이다. 다크소울은 무기 선택이 중요하지만, 일단 전투에 들어가면 그 무기로 끝까지 싸운다. 반면 인왕은 한 전투 안에서도 계속 스탠스를 바꿔가며 싸운다. 마치 복싱에서 자세를 바꾸는 것처럼.

 

NOTE
스탠스 시스템: 인왕 시리즈의 독자적 전투 메커니즘. 상단(높은 데미지, 느린 속도), 중단(균형), 하단(빠른 속도, 낮은 데미지) 세 자세를 실시간으로 바꿔가며 전투한다.

 

여기에 기력 관리가 추가된다. 다크소울의 스태미나와 비슷하지만, 인왱에서는 '기력 회수(Ki Pulse)'라는 독특한 메커니즘이 있다. 공격 후 타이밍에 맞춰 버튼을 누르면 소모된 기력의 일부를 회복할 수 있다. 이건 리듬게임 같은 요소를 액션 RPG에 접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왕의 전투는 다크소울보다 훨씬 빠르고 복잡하다. 다크소울이 체스라면, 인왕은 스타크래프트다. 판단보다는 손가락 반응 속도와 멀티태스킹이 중요하다.

 


 

디아블로를 만난 소울라이크

 

인왕이 소울라이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루트 시스템이다. 인왕은 디아블로처럼 장비 파밍이 핵심이다. 같은 무기도 랜덤 옵션이 붙고, 세트 아이템이 있으며, 빌드를 짜야 한다.

 

다크소울에서는 무기를 찾으면 그걸로 끝이다. 강화는 하지만, 랜덤 요소는 없다. 반면 인왕에서는 같은 무기를 수십 개 파밍해서 최적의 옵션을 찾아야 한다. 이건 핵앤슬래시 장르의 문법이다.

 

NOTE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디아블로, 패스 오브 엑자일 같은 장르. 빠른 전투로 적을 쓸고(hack and slash), 아이템을 파밍(loot)하며, 캐릭터 빌드를 최적화하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인왕은 소울라이크 팬들 사이에서 평가가 갈린다. "이건 소울라이크가 아니라 디아블로 같은 루트 게임이다"라는 비판도 있고, "소울라이크와 핵앤슬래시의 혁신적 결합"이라는 찬사도 있다.

 

내 생각엔 둘 다 맞다. 인왕은 소울라이크의 형식(죽으면 경험치 잃음, 체크포인트 시스템, 높은 난이도)을 빌렸지만, 내용(빠른 전투, 스탠스 시스템, 루트 파밍)은 완전히 다르다. 이건 소울라이크의 진화가 아니라 변종이다.

 


 

소울라이크 세분화 — 2026년의 풍경

 

2026년 현재, 소울라이크는 더 이상 하나의 장르가 아니다. 여러 하위 장르로 쪼개졌다. 인왕 3의 출시는 이 세분화를 보여주는 좋은 타이밍이다.

 

작품 전투 스타일 구조 독자 요소 소울라이크 순도
다크소울 느리고 신중 반선형 - 100% (원조)
엘든링 느리고 신중 오픈월드 점프, 영혼 소환 90%
세키로 빠르고 리듬 선형 패리 중심, 부활 70%
인왕 빠르고 복잡 미션 구조 스탠스, 루트 50%
라이즈오브로닌 빠르고 공격적 오픈월드 멀티플레이 중심 60%

 

다크소울과 엘든링은 정통 소울라이크다. 프롬소프트웨어가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세키로는 전투를 패리 중심으로 재설계해서 리듬게임처럼 만들었다. 인왕은 스탠스와 루트로 차별화했고, 라이즈오브로닌은 오픈월드와 멀티플레이를 강조했다.

 

2026년에 "소울라이크 게임"이라고 하면, "어떤 종류의 소울라이크?"라고 물어야 한다. 다크소울식 정통파인지, 세키로식 리듬액션인지, 인왕식 핵앤슬래시 결합인지, 엘든링식 오픈월드인지 구분해야 한다.

 

NOTE
소울라이크 순도: 다크소울의 핵심 메커니즘(느린 전투, 스태미나 관리, 죽으면 경험치 상실, 체크포인트)을 얼마나 충실히 따르는지 측정한 것. 인왕은 형식만 빌렸기 때문에 순도가 낮다.

 


 

장르 라벨의 한계

 

 

인왕 3를 두고 "이게 소울라이크냐 아니냐"를 논쟁하는 건 사실 무의미하다. 이건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를 논쟁하는 것과 비슷하다.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지만, 요리에서는 채소로 쓴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인왕은 소울라이크의 문법을 빌렸지만, 팀닌자의 DNA를 더 강하게 담고 있다. 닌자 가이덴의 빠른 액션, 디아블로의 루트 시스템, 전국시대 일본이라는 독특한 배경. 이 모든 게 섞여서 인왕만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장르 라벨은 편의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소울라이크"라고 부르면 사람들이 대충 어떤 게임인지 짐작할 수 있어서 유용하다. 하지만 정확한 분류는 아니다. 인왕은 소울라이크이면서 동시에 소울라이크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 애매함이 오히려 인왕의 강점이다. 순수 소울라이크 팬들에게는 신선한 변화를 제공하고, 핵앤슬래시 팬들에게는 높은 난이도와 깊은 전투를 제공한다. 두 장르의 교집합에 서 있는 것이다.

 


 

마무리

 

 

인왕 3는 소울라이크의 진화도, 변종도 아니다. 이건 소울라이크라는 템플릿을 빌려서 팀닌자만의 게임을 만든 것이다. 다크소울의 형식, 닌자 가이덴의 액션, 디아블로의 루트 시스템이 합쳐진 키메라 같은 게임.

 

2026년 소울라이크 시장은 포화 상태다. 엘든링, 세키로, 라이즈오브로닌, 로드오브더폴른, 라이즈오프더폴른 등 수십 개의 소울라이크가 쏟아진다. 이 와중에 차별화하지 못하면 묻힌다.

 

인왕은 차별화에 성공했다. "소울라이크인가 아닌가"를 논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성공의 증거다. 만약 인왕이 그냥 다크소울 복제품이었다면, 아무도 이런 논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왕이 소울라이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팀닌자식 하드코어 액션 RPG라는 독자 장르다. 소울라이크의 옷을 입었지만, 속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그게 인왕의 가치다.

 

장르 라벨에 집착하지 말자. 중요한 건 게임이 재미있느냐다. 인왕 3가 재미있다면, 그게 소울라이크든 핵앤슬래시든 팀닌자식 괴작이든 상관없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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