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등이 우승한다는 게 말이 되나
본선 진출 투표에서 5등이었던 팀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6 LoL 멸망전 시즌1 결승전, 알아할게가 팀 릴동파를 3:1로 꺾고 초대 챔피언이 됐다.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경기였다. 비유하면 와일드카드로 간신히 올라온 팀이 토너먼트를 통째로 뒤집은 꼴이다. 팬 투표 결과와 실력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이 팀이 증명해버렸다.
멸망전: SOOP(구 아프리카TV)에서 주최하는 LoL 이벤트 대회다. 프로 선수가 아닌 스트리머·인플루언서가 팀을 꾸려 참가하며, 팬 투표로 본선 진출팀이 결정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알아할게, 어떤 팀인가
알아할게의 라인업은 탑 김성태, 정글 힐링동키, 미드 권지인입니다, ADC 나는상윤, 서포터 김야미, 코치 미키로 구성됐다. 이름만 보면 "누구?"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게 멸망전의 매력이다. 프로리그에서 볼 수 없는 조합이 무대에 오르고,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대회의 핵심이다. 비유하면 동네 축구팀이 전국 대회에 나가서 조별리그를 뚫는 이야기 같은 건데, 실제로 벌어진 거다. 특히 코치 미키의 존재가 흥미로운데, 스트리머 대회에서 코치를 따로 두고 체계적으로 밴픽 전략을 짠다는 건 이 팀이 "재미로만 나온 게 아니다"라는 신호였다.
밴픽 (Ban/Pick): LoL 경기에서 양 팀이 번갈아가며 상대가 쓸 수 없도록 챔피언을 금지(Ban)하고, 자기 팀이 쓸 챔피언을 선택(Pick)하는 사전 전략 단계다. 프로 경기에서는 밴픽만으로 승부가 갈리기도 한다.

결승전 하이라이트
1. 바론 스틸이 판을 뒤집었다
1세트에서 알아할게는 바론 스틸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바론 나셔는 LoL에서 팀 전투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오브젝트인데, 상대가 잡고 있는 바론을 빼앗는 건 프로 경기에서도 쉽지 않은 플레이다. 이 한 방이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했다는 평가가 많다.
바론 스틸 (Baron Steal): 상대팀이 바론 나셔를 사냥하고 있을 때, 정글러가 딜을 끼워넣어 마지막 타격(스밀)으로 가로채는 플레이다. 성공률이 낮지만, 성공하면 팀 전투의 주도권이 완전히 뒤집힌다.
2. 강만식의 르블랑을 넘은 중반 운영
2세트에서 팀 릴동파의 강만식이 르블랑으로 미드 라인을 지배하며 한 세트를 가져갔다. 르블랑은 순간 기동력과 폭딜이 강한 암살형 챔피언인데, 강만식이 이걸 들고 나오자 알아할게의 미드 라인이 무너졌다. 알아할게 입장에서는 유일하게 허를 찔린 세트였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이 팀의 강점이다. 3세트와 4세트에서 밴픽 전략을 조정하며 르블랑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고, 경기를 한 판 내주고 나서 흔들리지 않고 바로 수습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3. 김성태의 요릭 — 결승전에 이걸 꺼냈다고?
4세트에서 김성태가 탑 라인에 요릭을 꺼냈다. 요릭은 프로 메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챔피언인데,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런 선택을 한다는 건 상당한 자신감이다. 비유하면 야구 결승전에서 1번 타자한테 번트를 시키는 대신 풀스윙을 지시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 있으니까 하는 거다.
| 세트 | 결과 | 핵심 포인트 |
|---|---|---|
| ------ | ------ | ------------ |
| 1세트 | 알아할게 승 | 바론 스틸로 흐름 장악 |
| 2세트 | 릴동파 승 | 강만식 르블랑의 미드 지배 |
| 3세트 | 알아할게 승 | 밴픽 조정으로 미드 압박 해소 |
| 4세트 | 알아할게 승 | 김성태 요릭 서프라이즈 픽 |
MVP와 우승 소감
시리즈 MVP는 미드 권지인입니다가 수상했다. 수상 직후 보여준 의외의 표정 반응이 팬들 사이에서 밈으로 퍼졌다. 멸망전이라는 대회가 경기력뿐 아니라 이런 캐릭터성까지 콘텐츠로 소비되는 구조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승 소감에서 알아할게 멤버들은 "팬들의 투표와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본선 투표 5등이라는 사실을 본인들도 의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비유하면 예선 컷을 간신히 넘긴 수험생이 수석 졸업하고 나서 "저를 믿어준 분들 덕분입니다"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상금 사용 계획도 각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김성태는 "팀과 스태프한테 나누고 회식"을 하겠다고 했고, 힐링동키는 "방송 장비 업그레이드", 김야미는 "게임 컴퓨터 교체"라고 답했다. 스트리머 대회답게 상금이 다시 방송 인프라로 돌아가는 구조다.
SOOP 콜로세움: SOOP(구 아프리카TV)이 운영하는 서울 상암동 소재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다. 스트리머 이벤트 대회와 각종 방송 행사의 주요 무대로 사용된다.
마무리
멸망전의 매력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있다. 팬 투표 5등 팀이 우승하고, 결승전에서 요릭이 등장하고, MVP 수상자의 표정이 밈이 되는 대회. 프로리그의 치밀한 전략 싸움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 시즌2에서는 또 어떤 이변이 나올지, 스트리머 대회의 예측불가능성이 이 콘텐츠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걸 시즌1이 확실히 보여줬다.
참고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31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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